(마지막)아버지의 일기(119~일기日記를 접으면서)
(마지막)아버지의 일기(119~일기日記를 접으면서)
  • 김소정
  • 승인 2017.10.31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의 일기 119
1951년(檀紀四二八四年)5월12일(五月十二日)토(土) 맑음
침천정枕泉亭에서 수업授業을 마친 후, 곧 본교本校로 돌아와 본교생本校生 야외비상반野外非常班을 조직組織하는 것을 견학見學하였다.
그 후後, 전교생全校生 대청소大淸掃를 하였다.
담임擔任 선생님으로부터 미납금未納金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불러, 교장校長 선생님으로부터 주의注意말씀을 들어야 하기에 방과放課후, 남아서 교장校長 선생님의 주의注意말씀을 들었다.
교장校長 선생님 역시 매우 어려우신 가정家廷에서 태어나시어, 가난한 사람들의 그 사정事情을 모르시는 교장校長 선생님이 아니시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동정심同情心에 우러나오시는 말씀으로 이야기하시었다. 나는 이 말씀을 달게 받고 곧 하교下校하여 1학년생學年生과 같이 내 고향故鄕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날은 벌써 완연完然하게 여름날이 되었다.
어떻게나 내리쏘이는 햇볕에 이기지 못하여 나무 그늘에 쉬어서 갔다.
밤에는 국민학교國民學校의 숙직실宿直室에서 밤을 새웠다.
동산東山에 떠오르는 아침의 해님, 전前에는 희망希望에 넘쳐흐르는 아침 해님, 모든 하루의 일을 해님과 함께 즐기며 생활生活하였으나 지금 나의 생활生活은 그 웃음 띤 아침 해님이겄마는, 지금은 그 해님도 원망하는 해님으로 변變해지고 말았다.
중식을 먹은 후, 곧 부친父親에게 일금一金 1만2천환이란 돈을 얻어 사립을 나섰다.
밤에는 이완희李完熙와 지난 국민학교國民學校 학생시절學生時節을 또다시 회상回想하며, 추억追憶담을 이야기하며 어느덧 잠이 들어 밝은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작일昨日, 학습지도안學習指導案을 쓰던 것을 아침에 완전完全히 작성作成한 뒤 본교本校에서 조회朝會를 마친 후, 수업授業 5시간時間을 마치고 하늘에서 뿌려주는 비를 달게 받으며 저녁 석반夕飯을 마치었다.

아버지의 일기 120
1951년(檀紀四二八四年)5월15일(五月十五日)화(火) 비
농촌農村 사람들은 날마다 비오기를, 사寺에서는 4월 8일을 기하여 부처님께 기도드리며 속계인俗界人들도 비 오기를 한恨없이 기다리던 중, 오늘에서는 작일昨日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始作하여 오늘 아침에는 센 빗줄기로 모든 초목草木들을 씻어주고 메마른 논에는 물이 가득하기 시작始作했다.
매우 반가운 비다.
전답田畓에는 농촌인農村人들이 삿갓을 쓰고 서로 자기自己 전답田畓의 물을 방비防備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학교學校에 가본즉, 모두들 추리한 옷을 입고 책보를 옆에 끼고 모여드는 것이었다.
오늘은 습자시험習字試驗 평시平時에는 남에게 뒤지지 않게 썼으나 청서를 하는 데는 글자가 이상하였다.
저녁까지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리기 시작始作하였다.

아버지의 일기 121
1951년(檀紀四二八四年)5월16일(五月十六日)수(水) 흐림
비 내린 아침이다.
온갖 생장生長을 자랑하는 초목草木들, 한층 더 완연完然한 자태姿態로 보였다.
본교本校에서 조회朝會할 예정豫定이었으나 작일昨日 비 온 관계로 오늘 아침도 약간 빗방울을 내리기에 조회朝會는 없었다.
음악시험音樂試驗을 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여학생女學生들 앞에 노래를 부르기에는 참으로 마음의 굳은 약속約束이 없이는, 자기自己 실력實力껏 표현表現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친우親友들 모두 그 여학생女學生의 노래를 들으려고 기다리었으나 나는 홀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도중途中, 이종진이를 만나다.
시험試驗이 끝난 후로, 마음이 게을러 요사이는 책 1권卷도 읽지 못하고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석반夕飯 후, 고병문高炳文이 왔었다.

 

일기日記를 접으면서... 65년 동안 묻혀 있었던 아버지의 일기를 처음 꺼내어 설렘과 망설임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을 때,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짐을 풀어 놓은 듯한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도 일기를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없는 무지함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121회를 끝으로 더 이상 연재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버지의 일기는 어떤 문학작품이나 소설이 아니라서 감동이나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아닌 아버지 세대에서 겪었던 시대상황을 일기를 통하여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불운의 시대에 짧은 삶을 살다 간, 한 지식인의 고뇌하는 삶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서 효孝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그리고 일기를 통하여 잊혀져간 인물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재조명을 받았으면 합니다.
공갈못* 연밥사랑방에서 아버지의 일기를 사랑해주신 사랑방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공검초등 20회 홈지기 권재규 님과 20회 선배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커피 한 잔의 여유에서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이창녕 교장 선생님, 20회 박수 선배님과 커피 한 잔의 여유 회원님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버지의 일기를 책으로 발간하여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일기를 끝까지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의 흔적들

아버지의 일기 3.jpg
▲ - 1947. 7. 17. (6학년 표창장)

 

아버지의 ㅇ리기 8.jpg
▲ - 1951. 7. 28. 상주중학교부설 초등교원양성소 수료장

 

아버지의 일기 10.jpg
▲ 오른쪽 첫째줄 아버지, 둘째줄 김구현, 석대식 선생님 여섯번째 고영수 선생님

 

아버지의 일기 11.jpg
▲ - 공검국민학교 제9회 졸업 기념 (1954. 3. 16.)
아버지의 일기 13.jpg
▲ 공검국민학교 제12회 졸업 기념 (1957. 3. 15.)

 

아버지의 일기 18.jpg
▲ 교원자격증 문교부장관 (1953. 7. 1.)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