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칼럼] 어느 길고양이들에 대한 논쟁
[반려동물 칼럼] 어느 길고양이들에 대한 논쟁
  • 천하정
  • 승인 2019.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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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위축되어가는 길고양이들의 보호자 ‘캣맘, 캣대디’의 고충 

(영남연합뉴스=천하정) 길에서 태어나거나 사람에 의해 길에 버려지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데 주력을 다하고 있는 이른바 ‘캣맘, 캣대디’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진출처=영남연합뉴스-청사포 고양이 마을 호빵이)
청사포 고양이 마을 길고양이 호빵이(사진출처=영남연합뉴스 DB)

일부 시민들이 ‘캣맘’, ‘캣대디’들에 안 좋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점점 늘어나는 캣맘, 캣대디들 중 소수의 사람이 그저 길다가 마주친 길고양이들이 안쓰러워서 일회성으로 음식물을 놓고 가는 것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놓고 간 음식을 먹은 고양이들은 장소를 기억하고 다시 배가 고프면 그 주변으로 돌아와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배고픈 길고양이들은 음식물을 찾기 위해 쓰레기 봉지를 훼손하기도 한다. 그 쓰레기에서 나온 악취로 인해 그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발생한다. 책임지고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으면서 발정 난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로 인해 인근 주변에 길고양이들이 모이게 된다. 야행성을 뛰는 고양이들은 발정이 나면 모두가 잠든 새벽 즈음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이런 소음 때문에 사람들이 수면의 질을 방해받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캣맘과 캣대디들이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부산에 조성된 ‘청사포 고양이 마을’을 처음으로 고안한 ‘고양이 발자국 공방’ 유용우 대표는 영남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캣맘분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힘든 일이나 안 좋은 일들을 대체로 많이 겪는다”며 “그래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고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경비아저씨가 밥을 치우라고 한다' 등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 조금 따뜻한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공간과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고양이 마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우 대표는 ‘고양이 발자국’ 공방에서 길고양이들이 더는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고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게 하도록 원목으로 직접 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급식소는 비와 눈으로부터 길고양이들이 먹을 사료를 안전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캣맘 캣대디 분들의 주문이 대부분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영남연합뉴스, 청사포 고양이 마을 '고양이 발자국 공방' 유용우 대표가 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 모습)
청사포 고양이 마을 '고양이 발자국 공방' 유용우 대표가 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 모습(사진출처=영남연합뉴스 DB)

또 그는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아이들을 먹일 사료를 구매하고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사비를 들여 중성화수술, 불임수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고 전하며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다."라며 ‘캣맘’, ‘캣대디’분들의 선행에 존경을 표했다.

유 대표는 오히려 고양이를 무조건 유해하고 더러운 동물이라는 인식을 한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러 고양이가 먹을 사료에 농약을 타 급여하게 하고 집단 학살에 이르게 하거나 폭행을 휘두르는 등 동물 학대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길고양이도)나무처럼 어쩌면 우리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인데”라며 “그렇게까지 잔인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속상하고 결국 이걸 바꿀 수 있는 건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고 문화가 개선되지 못한 문제점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일부 캣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돌보는 것이 혹여나 같이 사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동네주민들과 경비아저씨에게 수시로 박카스를 돌리며 고양이들 밥 좀 줄 수 있게 부탁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이에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는 캣맘을 자처한 사람들에게 간단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고양이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캣맘이 겪는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한 공문 발송 작업과 길고양이들이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인 TNR을 추진하고 있다.

‘TNR’은 trap-neuter-return으로 즉, 포획-불임수술-제자리 방사까지 책임지고 진행하는 방법이다. TNR을 하지 않는다면 길고양이들의 무분별한 교배로 인해 새끼들이 늘어나고 발정으로 인한 소음, 영역 싸움 등이 잦아지면서 사람들의 불쾌함을 유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마찰이 계속되면서 길고양이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캣맘’, ‘캣대디’분들이 돌보는 고양이가 아플 경우 치료할 수 있도록 통 덫 대여와 약품 발송, 치료지원, 긴급치료모금제도를 운영한다. 길고양이들의 건강한 삶을 지키려 노력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지원, 꽃 냥이 캠페인, 단풍 냥이 캠페인 등 여러 가지 캠페인을 진행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을 지원한다.

지역 주민들과 논쟁이 되는 책임감 없는 캣맘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 본인이 돌보는 길고양이를 직접 포획해 협력병원으로 이동하고 TNR후 케어 및 제자리 방사의 절차까지 본인(캣맘)이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안전하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TNR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고양이보호협회 TNR 후기 게시판 캡쳐)
한국고양이보호협회 TNR 후기 게시판(사진출처=한국고양이보호협회 TNR 후기 게시판 캡쳐)

협회 TNR은 제자리 방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방사를 한 후 고양이의 성향을 파악해가며 고양이의 생활에 도움을 준다.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이 잘지내는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펫맘은 본인부담으로 중성화수술을 진행 후 TNR을 통해 입양 진행절차를 도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TNR은 수술담당 병원의 위생상태, 신뢰도, 실력, 등 아직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많이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캣맘’, ‘캣대디’들은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캣맘이 되어달라 바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길 위에 놓인 한생명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캣맘’, ‘캣대디’들을 나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최소한 그들이 설치해 놓은 고양이 급식소를 파괴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들이 줄어들어 깨끗한 주변환경이 유지될 것이다. 고양이는 해로운 동물이 아닌 쥐의 번식과 억제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해와 공감의 문화가 형성되어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언제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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