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부사관' 전역 결정… 군 동기들 응원 이어져
'성전환 부사관' 전역 결정… 군 동기들 응원 이어져
  • 천하정
  • 승인 2020.01.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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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환 수술 후 전역을 결정받은 변희수 하사가 군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담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출처=YTN 보도화면 캡처)

군복무 도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심신장애 전역 대상자로 결정된 변희수 하사가 군 동기들로부터 큰 위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변 하사가) 많이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일단 군을 많이 믿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전우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변 부사관 전역 결정에 대해서는 "전역 결정이 됐다고 최종적으로 들었을 때 여러 차례 전화가 부대에서 왔다"면서 "왜냐하면 결과가 부대로 송부되는 게 아니라 국군병원으로 통보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거를 계속 본인에게 확인하면서 마지막에 탄식이 들려오더라. '내가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 너무너무 미안하다' 저는 끈끈한 전우애를 봤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전화와 격려하는 문자가 동기들을 비롯한 선후배들한테서 오는 것들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가 22일 오후 4시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연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 전역 결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나와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나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입원 치료중인 국군수도병원에서 나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군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변 하사는 거수경례에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히는 발언문을 읽어나갔다. '왜 군인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왜 군에서 자신을 받아줘야하는지'를 간절하게 밝혔다.

그는 "어린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향과 멀리 떨어진 부사관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진학, 소정의 교육을 받았다. 이어 부사관학교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부사관으로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변 하사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됐다"며 "그럴 때마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밝혔다.

또 "마음이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수도병원에서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적극 해결하려는 자세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며 이후 성별정정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변 하사는 소속 부대원들과 나눈 이야기를 말할 때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는 "소속부대에서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후련했다"며 "제 이야기를 듣고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 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을 했지만 결심이 선 후부터는 주특기인 전차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전차조종 A성적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군생활을 회고하는 중에는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했다"며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기회를 달라고 다시 호소했다.

변 하사는 준비한 발언문을 다 읽고 '저는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말하며 경례하며 다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육군은 이날 오전 변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연 뒤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군인권센터측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변 하사에게 23일 즉시 군을 떠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변 하사는

24일 오전 0시를 기해 민간인 신분이 된다.

 

천하정 기자 ynyh-chj@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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