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시
최예은
1.
석양이 부드럽게 빗장을 여는 비밀의 숲
가을 나무 흐드러진 눈부신 장식에 사위어 가는 그리움
내게로 오는 부푼 꿈길 넉넉한 만추의 귀향
먹물들인 붓끝 적요를 갈무리하는 붉은 문장들
2.
무성한 푸른 잎들이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늘
노란 들녘에 내려앉는 붉은 오색 단풍 장신구들
온종일 허한 마음 파문을 지우고 채우는 쓸쓸한 위안
그리운 안부가 갈잎 엽서에 차곡 쌓여가는 가을 우체국
3.
쪽빛 하늘 호수 찻잔에 산국화 두둥실 띄우면
쌉싸름한 향내 만개한 수런거리는 내 안의 작은 우주
풀벌레 악보 없는 피아노 건반 숲 노랫소리
생멸하지 않는 온전히 견인해 온 가을 표본실
▶프로필
-출생:경남 사천
-대한문인협회 등단
-고려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부산영호남문인협회
-저서:벚꽃 솔루션
-가곡:제비꽃
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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