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사 가는 길
변종환
사람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앞서면서 뒤가 되는
사람의 길은 굽었다.
앞선 사람 뒤를 따라가는 백양산白楊山은
안개 속에 아득하다
못난 탓에 숨었던 것들이
스스로 빛을 내는 이 순간
충만한 가을의 지상은 아름다운데
산도 중도 되지 못한 내 생은
언제 저토록 채워질까
음양의 경계가 사라지는 깊은 산중에서
다시 건진 생의 무게
맑은 눈망울처럼 절실한 그리움이 된다.
조용히 흔들리는 잎새의 떨림은
짧은 꿈속 덧없는 생각이었던가
실낱같이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
새벽이슬 젖은 모습으로 나를 부른다
적요함으로 세상을 다 품은 백양산
운수사 가는 길은
원죄마저 아름답다.
▶프로필
-2020. 전당문학 창간호 초대작품
-1967년 출판사 기획시집 『水平線 너머』(親學社) 상재
-1971년 무크지 『白地』 등 작품활동
-現, 시의전당문인협회 고문
-부산진구문화 여슬인협의회 회장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前, 부산광역시문인협회 회장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시집 『우리 어촌계장 박씨』 (2002 다층)둘일의 잠 (2010 두손컴) 등 7권
-산문집『餘』(1999 삼아) 등 3권
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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