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이 성두
딱 한 번은 주목받는 꽃이고 싶었다
밋밋하게 흐르는 물결은 바람의 촉수를 견디지 못한다
울퉁불퉁한 밑바닥을 수평을 고집하며 걷는다는 건
자갈밭에 뿌리를 박고 태양을 향해 우듬지를 쏘는 일
성경이든 불경이든 흐르는 저 구름은 아랑곳없고
쪽빛의 하늘만이 영원한 위안인데
지상의 것들에겐 구겨진 희망만
오늘의 심평선에 펄럭인다
맨손으로 왔는데 어찌 빈손은 두고두고 슬픈 것인가
꽉 쥘 수록 사랑의 노랫말은 손바닥을 빠져나가고
허공의 틈새로 바람은 길을 튼다
지붕 없는 둥지 위로 가난한 달빛이 푸른 밤
새들이 주소를 찾아 깃드는 나뭇가지마다 어둠이 검다
고요히 물은 흐르고 아름답게 꽃은 피듯
어쩌다 세월은 흐르고 나도 그렇게 피었는데
한 세상 수다스럽게 나부껴도
오직 널 향해 흔들리는
딱 한 번은 향기로 침묵하는 꽃이고 싶었다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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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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