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신문의 경우, 계속해서 기사화가 되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는 중앙과 지방과의 심각한 격차와 균형발전이라는 내용들이다. 지난날 좌승희 원장이 제시한 “한국 경제의 10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가 지역 균형발전이다. 이외에도 균형성장, 경제력 집중, 도시와 농촌 간의 균형발전,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격차, 균등 교육, 소득분배 악화 등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대 정부마다 경제정책의 역점 핵심사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지금도 남아 있다.
왜? 이러한 문제가 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을까? 여기서 얘기하려고 하는 중앙과 지방 간의 균형발전 뿐만 아니라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도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중앙과 지방 간의 격차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이유로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대학의 발전 방향이 중앙과 지방 간에 차별화 없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즉, 수도권과 지방 간에 동일한 제도와 체제 아래 대학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수도권 대학이 우위를 보이고 그곳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지방은 우수한 인재 유출로 인해 지방산업, 지방정부, 지방재정 및 지방문화가 계속 악화일로에 있게 되어 침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어 빈곤의 악순환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례로 부산의 경우, 이미 부산대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논리적 근거도 없이 구 부산수산대학교와 부산공업대학교를 통합하여 부경대학교가 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그 당시 부산대학교가 이미 개설해 놓은 학과와 큰 차이는 물론 아무런 특징도 없이 부산에 유사한 국립대학교가 두 개가 존재하게 되어 누가 봐도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 결과 국민들의 세금이 비효율적인 곳으로 투입되어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누를 범하게 되었다는 것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지난 얘기지만 본인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구 부산수산대학교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통합하여 해양수산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최고의 해양수산대학으로 육성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러한 대학 간의 기계적인 통합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으로 자원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니 다시는 이러한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 지방도 살고 지방대학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이야말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대학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 국립, 사립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똑같은 단과대학, 똑같은 학과, 거기에다 각 학과 커리큘럼까지 거의 동일하다. 몇 개의 대학들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할 경우 우수한 학생들은 당연히 서울대학교로 모이게 되어, 서울대학교는 한국에서 명실상부 모든 학과와 모든 전공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최고 수준의 교수들이 몰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산업도 행정기관들도 사람들도 그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그 결과 수도권은 더더욱 발전하게 되고 지방은 공동화 현상으로 침체 일로에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각 지역의 특화산업을 지정하여 이것을 각 지역의 대학들과 강하게 연계하여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경남 산청에 동의보감촌이 있어 우리나라 한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허준과 그 스승 유의태 선생의 역사가 있다. 이곳과 가장 근접한 대학을 선정하여 국내외 최고의 한의과대학으로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한의학을 전공하려는 국내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이곳에 집중토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한의학 관련 산업도 이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경남의 A대학교의 경우 전통 있는 농업대학인 점을 감안하여 최첨단 농업대학교로 재편하여 국내외 농업 관련 우수 인재들을 이곳으로 모여들게 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저항이 많겠지만 다른 전공들은 점차 축소하고 농업 관련 학과들을 확대 개편하고, 다른 대학의 관련 학과들은 자연 도태 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은 사적인 차원에서 논하면 절대 실현될 수 없는 일이라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또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여 한국대학의 모든 학과와 모든 전공이 거의 같아져, 항상 서울대학교가 최고이고 그곳으로 모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게 되어 지방의 고사는 불 보듯 자명하다.
지금껏 중 고등학교에서의 평준화를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분들은 대학의 서열화는 왜 두고 보고만 있으며, 더욱이 현재의 심각한 서열화에 대해 어떻게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또한 왜 서열화가 더더욱 심각해지는지 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일례로 본인이 대학에 재직 시 경영대학 학장직을 수행하면서 그 당시 경영대학에는 경영학과, 회계학과, 무역학과, 관광경영학과, 경영정보학과가 있었는데, 가령 우리 대학교의 경영대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광경영전문대학으로 하여 각 학과를 관광경영을 위해, 즉 관광경영을 위한 경영학을, 관광경영을 위한 무역학을, 관광경영을 위한 회계학, 관광경영학을 위한 경영정보 등으로 개편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시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는 심각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된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학력 인구도 급감하게 되고 서울로의 쏠림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져 지방 도시들은 고사 일로에 있게 되어, 지방정부는 지방 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며, 중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개개인의 사리사욕은 접고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적 관점에서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에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쳐기업부에서 내놓은 지역특화프로젝트에서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지역의 특화산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산업 특화만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경우에 전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과연 지방으로 이동할 것 같은가? 이러한 프로젝트 역시 지난 정부마다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제시되어 실시되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각 지역대학과 강력하게 결부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부산의 경우, 누가 봐도 한국 제1의 항만항구 도시이다. 부산 신항에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 준비 중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항만, 해운, 수산, 무역, 물류 등이다. 그러면 부산에 당연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제1의 항만, 해운, 수산, 무역, 물류 대학이 존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와 관련하여 이들 분야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대학이나 학과를 다른 지역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유일무이한 대학으로 존재해야 합당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이와 관련된 산업들도 정착 발전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의 예로 인천의 경우, 세계적인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한 국내 유일의 세계 최고의 항공대학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행기 기계 분야의 발명과 개량 등과 함께 항공기 수리 및 점검 분야의 공과대학, 승무원 등과 관련된 항공 서비스 분야, 항공 물류 분야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의 경우에 현재 최고의 대학에는 순수학문인 수학,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의 기초연구부터 세계적인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연구 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지난날에 연세대는 상대, 고려대는 법대라는 말도 있지 않았습니까. 많은 비판과 반대가 있겠지만, 의과대학의 경우도 각 지방에 내과 전문 대학, 외과 전문 대학, 안과 전문 대학, 이비인후과 전문 대학 등으로 특화 시켜, 임상 중심의 의과대학과 의학 연구 중심의 의과대학으로 분리하여 지정 육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강원도의 경우 산림대학, 울산의 경우 자동차와 선박 관련 대학을, 중부 내륙지방의 경우에는 인문학 중심대학 등으로 지정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자율에 맡기면 스스로 틈새시장을 이용하거나, 설립자의 건학이념에 따라 대학을 경영할 수 있게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하여야 한다.그리하여 각 지역에 제 2의, 제 3의 특화대학이 되어 제 1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게 하여 학문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식으로 모든 학과와 전공을 갖춘 대학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차별화와 특화, 선택과 집중이 생존의 필수조건인 사회에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는 없으며, 만약 그것을 계속 고수한다면 모두가 퇴보로 가는 길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앞장서야 할 대학이 이 과업을 멀리하고, 개개인의 이익을 챙겨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우리 지방 도시의 미래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도 도저히 보장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최고의 의과대학은 연구대학인 하버드대학, 뉴욕의과대학, 존스홉킨스대학 순이며, 1차 치료 중점대학으로는 워싱턴대학, US샌프란시스코대학 순이다. 공과대학의 경우는 MIT, 스탠퍼드대학, UC버클리대학 순이며, 회계학의 경우는 텍사스 오스틴대학, 펜실베니아대학 순이다. 영문학의 경우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학문 분야의 최고가 거의 한 대학에 모여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새로운 도전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도전들을 누구보다 먼저 맞이하여 극복하는 자가 미래의 웃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난날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포철의 박태준 등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들 앞에 놓인 도전들을 일찍이 받아들여 이를 앞서 극복하여 한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는가? 지금도 희망 없이 고사의 길로 걷고 있는 지방 도시를 회생시켜 밝은 번영의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지방 특화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지방 특화대학과 연계하여 발전시켜야 미래가 있다.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우리 모두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은 물론,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큰 선물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수 수석논설위원 ynyhnews@ynyonhapnews.com
▶프로필
● 전) 동아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 전) 한국무역학회, 한국항만경제학회 등 회장
● 전) 동부산대학교 재단이사장 등
● 현)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 현) 동양경제연구원 회장
● 현) 수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