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19편, 험블리 세계여행 -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매력이 가득한 도시인 에든버러를 뒤로 한 우리는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으로서의 매력을 찾아보기 위해 스코틀랜드 북부를 향해 이동했다. 

위스키는 ‘생명의 물’ 이라는 뜻의 게일어인 ‘uisage beatha’ 의 영어식 표현에서 유래된 단어로 석회질이 적고 깨끗한 물이 있는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유독 좋은 위스키가 생산 되어 왔다고 한다.

에든버러를 벗어 나 외곽 도로를 달리다 보니 스코틀랜드의 멋진 자연 경관에 압도 되었다. 흐리고 축축하면서도 쌀쌀한 날씨에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에는 하얗게 눈까지 쌓여 있었다.

거친 파도에 의해 거칠게 깎여진 산맥들과 접근조차 하기 힘든 깊은 계곡들로 이루어진 스코틀랜드에서도 특히 하이랜드의 자연은 거친 상남자의 매력이 느껴지는 멋진 경관을 자아내지만 사실 농업 용지로는 사용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대부분을 차지해 예전부터 사냥이나 목축업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지는 크게 하이랜드(Highland), 로우랜드(Lowland), 스페이사이드(Speyside), 아일레이(Islay), 그리고 캠벨 타운(Campbeltown)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역에 따른 고유의 매력을 지닌 스카치 위스키를 생산해 낸다.

북부 스코틀랜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랜드(Highland)에서는 다양한 풍미를 지닌 싱글 몰트위스키가, 비교적 저지대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인 로우랜드(Lowland) 에서는 가벼운 풍미가 특징인 위스키가, 바다를 끼고 있는 아일레이(Islay)와 캠벨타운(Campbeltown)에서는 독특한 바다의 풍미와 스모키한 향이 매력적인 위스키가 생산 된다.

그리고 하이랜드에서도 스페이강 주위에 가장 많은 증류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인 스페이사이드(Speyside)에서는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한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위스키는 증류와 양조 방법에 따라 100% 맥아로만 증류한 몰트 위스키(Malt Whisky), 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한 증류소에서만 나오는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 맥아를 이용하여 호밀이나 옥수수 등의 곡물을 당화 시켜 증류하는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그리고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정 비율로 혼합하여 생산 되는 블랜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풍미 가득하고 오랜 여운을 지니고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전체 스카치 위스키의 생산량의 5%에 불과해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역시 싱글 몰트 위스키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중에서도 글랜피딕 양조장(The Glenfiddich Distillery)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구름이 꽉 끼어 흐린 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들어 있는 산과 들판, 그리고 차갑지만 쾌적한 공기가 싱그러운 스페이사이드 지역에는 명성답게 많은 양조장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익숙한 사슴 모양의 글랜피딕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만난 글랜피딕 양조장은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건물들에는 연기가 피어 올라 양조장이라는 생각 보다는 작고 예쁜 마을이 연상 될 정도였다.

양조장 내의 호수는 이 곳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한층 더 이끌어 내 주었는데 사실 이 호수의 역할은 단순히 풍경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증류시 강물을 끌어 와 냉각수로만 사용한 후 다시 고스란히 강으로 돌려 보내는 자연 친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곳 사람들의 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양조장 투어를 위한 방문객 리셉션 입구의 글랜피딕 로고 앞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체계적으로 잘 구성 되어 있는 글랜피딕 양조장은 입구에서부터 가족 경영의 역사와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더프타운(Dufftown) 출신인 윌리엄 그랜트(William Grant)가 이곳 피딕 강(Fiddich River) 근처에 공장 부지를 구입해 일곱 아들과 두 딸과 함께 이 증류소를 세운 것으로 시작 된 위스키 브랜드인 글랜피딕(Glenfiddich)은 당시 유명했던 글랜 리벳(The Glenlivet) 증류소의 화재로 인한 대안으로 추천 되어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 해 지금까지도 높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로비에는 글랜피딕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곧이어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가 다가와 인사를 나누었고 본격적으로 양조장 투어가 시작 되었다.

엄선 된 보리는 발아를 통해 곡물 속의 녹말을 가용성 당으로 변환시키는 맥아 과정(Malting)을 거친 후 당화 과정(Mashing)을 통해 알코올을 얻기 위한 당분이 추출 된다. 이 당화 과정은 언더백(Underback)이라는 커다란 통에서 이루어 진다.

당화 과정에서 추출 된 맥아 즙을 큰 통에 채워 넣어 발효 단계로 들어 가는데 소나무 혹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 진 워시백(Washback)에서 이루어 지는 발효 과정을 통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혼합물로 변화 된다.

발효 시간과 온도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와 증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발효는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발효가 완료된 발효액은 약 5~8도의 알코올 도수를 갖게 되는데 이 과정 까지는 맥주 양조와 흡사하다.

발효액이 가득한 워시백 내부를 들여다 보니 많은 양의 거품이 가득 보인다. 발효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고 한다.

이 곳을 지나 더 높은 알코올 도수를 얻기 위한 증류 단계가 이루어 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의 끓는 점보다 낮은 알코올의 끓는 점을 이용해 물과 알코올을 분리 시키는 원리인 증류는 구리로 만든 단식 증류기 내에서 기화와 액화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한 번으로 원하는 도수를 얻기 힘들기에 이 곳에서는 두 번의 증류를 거친다고 한다.

두번째 증류가 끝나면 약 72도~75도의 알코올이 생성 되는데 이에 광물질이 제거된 물을 이용해 63.5도로 희석해 최소 3년 이상의 숙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곳의 위스키 맛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에 삼엄한 보안으로 사진 촬영은 금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숙성 과정에서 생성 되는 미세한 알코올 분자 혹은 앤젤스 쉐어(Angel’s share)로 인해 자칫 폭발 위험도 있다고 하니 다소 조심스러웠다. 오크통의 종류와 숙성 기간에 따라 향과 풍미가 달라지기에 각기 다른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의 향으로 눈을 감고 감별해 보기도 했다.

이렇게 위스키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둘러 본 우리는 드디어 고대하던 시음을 하기 위해 장소를 옮겨 갔다. 후끈했던 양조 시설을 나와 다시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시음 장소로 이동 하는 동안 다시금 글랜피딕 양조장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음 장소에 도착 하자 예쁜 시음용 잔과 네 종류의 위스키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성 기간에 따라 풍미와 향 그리고 가격이 다르지만 사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네 종류의 위스키를 음미해 보며 투어를 마무리 했다.

그 중에서도 20명의 위스키 전문가들에 의해 선정된 20개의 몰트로 숙성 되어 이 브랜드 중에서도 실험적인 시리즈로 생산 되었다고 하는 Project XX가 흥미로워 한 병을 구매했다.

그 외에도 다양하고 희귀한 고가의 위스키들을 구경하며 침만 꿀꺽 삼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손에도 project XX 한 병이 들려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위스키를 본고장에서 직접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고 맛 보며 그 역사를 알게 되었던 양조장 투어는 그야말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구매 한 뜻 깊은 위스키 한 병은 특별한 날 얼른 오픈하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1월 22일 120편 연재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