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12,13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12,13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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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12)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18일(一月十八日) 목(木) 맑음
창외窓外는 밝은 반달이 인간천지人間天地 온갖 만물萬物에 밝게 비취고 아버지 옆에서 달게 자는 이내 몸은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다.
꿈 역시 ‘어머니’는 생시生時와 똑같은 사랑으로 귀엽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나는 깜짝이 꿈을 깼다.
그러나 ‘어머니’는 간 곳이 없고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할 뿐이다.
나도 모르게 울음과 눈물이 쏟아져 아버지에게 많은 근심을 시켰다.
붓을 옮기는 이 순간 역시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 무엇에 비할 바 없이….
꿈속에 그립고 보고 싶은 ‘어머님’ 얼굴 꿈속이 아니면 영원永遠히 보지 못할 ‘어머님’. 아! *감개무량感慨無量
- 무상無常 -
오늘은 아랫방에서 김태경金泰經과 공부하다.
밤에는 모두 여러 아이들이 모여서…
조선朝鮮의 **민요집民謠集에서
여봐라, 말 들어라
천지간天地間 만물지중萬物之衆에 사람이 최귀最貴하여 삼강오륜三綱五倫,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사람의 근본根本이니 ***소년행락少年行樂, 부모봉양父母奉養, 보국안민報國安民하는 법法은 대장부大丈夫의 할 일이로다.
*마음속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느낌이 끝이 없음.
** 동문선습童文先習: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아동학습용 교재.
*** 젊어서 노니는 것.

 

아버지의 일기 (13)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19일(一月十九日) 금(金) 맑음
조반朝飯을 마친 후, 곧 밖으로 나가다.
날은 따뜻하여 바람 한 점 없다.
공중空中에는 ‘호주기’ 4기機가 쏜살같이 달리고 있다.
전과戰果의 소식을 전연全然 듣지 못하겠다.
오늘은 진종일 화학학습장化學學習帳, 교육학습장敎育學習帳, 물리학습장物理學習帳 정리로 밖에 나가지 않다.
오후午後에 배창문裵昌文 선생님, 원제元濟 선생님이 오다.
앞 학교 운동장學校運動場에는 오늘도 역시 훈련訓練을 하고 있다.
나는 절실히 느끼다.
인간人間은 은혜恩惠를 모르면 그것은 절대 사람이 아니다.
나의 아버지는 너무나 학교 교직원學校敎職員에게 휩쓸리어 일하시는 것 같다.
물론勿論, 못난 이 자者를 위함이겠지만 또 한편 남과 같은 삶의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나의 마음 어느 구석에서 조금 느낀 바이다.
오직 지금 세상世上은 자기自己의 완전完全한 삶의 안에서 살아야 하며 남의 것을 탐내지 마라.
자기自己가 먼저 잘살아야 비로소 불쌍하고 동정심同情心도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몸 아픈 ‘어머니’ 몸으로 그 더운 여름날 밥을 하여 주었건만,
오직 지금은 도리어 그들이 우리에게 불안감不安感감을 주는 것 같다.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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