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14,15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14,15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1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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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14)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0일(一月二十日) 토(土) 맑음
방에서 공부工夫할 예정豫定으로 아랫방에 들어가 본즉, 술 냄새 또한 방이 싸늘해 곧 학교學校로 가서 민요民謠를 독서讀書하다.
중식이 되어 밥 먹으러 왔다.
그러나 찬밥을 삶은 관계인지 맛이 없어 조금 먹다가 말았다.
곧 아랫방에 가본즉 술을 걸러놓고 아주 추지건하게 만들어 나의 마음을 불쾌不快하게 만들어 주었다.
참으로 삼촌三寸 어른도 너무나 금전金錢이라 할까? 삼촌 손수 나는 좀 ‘경輕’한 상업商業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직 이것은 없는 사람의 비애가 아닌가? 또한 우리의 손실이 아닌가? 나 자신自身이 부끄러운 감感이 들다.
10시경時頃에 점룡點龍 선생님을 만나다.(숭배자)
오늘 News 듣기에 방위대원防衛隊員들이 모이다.
갑종甲種인 이들은 내일 총 소집總召集으로 바로 전투지구戰鬪地區로 간다는 소식을 듣다.
나는 가슴이 서늘하였다.
그들의 가정상태家庭狀態가 어떠한지 부모父母님들의 걱정, 우리 *구區에도 명원明元 형이 가기로 되어 그의 내자 **씨內者氏께서 작별作別의 울음소리 한숨 지누나!
* 리 里
** 아내

 

캡처.PNG

 


 

 

 

 

 

 

 

 

 

 

아버지의 일기 (15)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1일(一月二十一日) 일(日) 맑음
오늘은 대한大寒이다.
참으로 춥고 매운 바람이 불어 ‘대한추위’라는 뚜렷한 추위를 만들어 사람들의 몸을 수축하고 있다.
조반朝飯을 마친 후, 삼촌三寸 어른께서 사진寫眞을 찾으러 가라 하시다.
연然이나 추위로 말미암아 독서하다.
이 동안 추위를 무릅쓰고 길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어 나가 본즉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방위군防衛軍’ 30명이 그리운 고향땅을 버리고 조국통일祖國統一에 한 사람이라도 싸워 보겠다는 마음으로 출발出發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부모처자’들은 자기 자식自己子息을 작별作別한다는 것으로 눈물을 머금고 배웅을 나왔다.
그들의 깊은 인연因緣이랴! 오죽하랴! 정든 고향산천故鄕山川을 버리고 떠나는 그들!! 따뜻한 부모처자父母妻子의 슬하膝下를 버리고 오직 쓸쓸하고 험악한 눈 내리는 타향他鄕땅에서….
나는 멀리서 그들의 *귀체貴體 만강하오시기 빌며 영원永遠한 승리勝利의 태극 깃발 아래에 다시금 정든 산천山川을 웃음으로 돌아오시기를 눈물을 머금고 축복하였다.
그윽 그윽한 저녁노을이 사라질 적, **두견새 한 마리 매화가지에 외로이 앉아 우노라.
* 상대방을 높여 그의 몸을 이르는 말.
**소찍새.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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