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18,19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18,19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1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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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18)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4일(一月二十四日) 수(水) 맑음
아침의 첫 광선光線에 잠을 깬 참새 두 마리, 정신을 잃은 듯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어머님’ 돌아가신 후로부터 아버지의 모든 일은 60세歲에 가까운 노쇠老衰임에도 불구不拘하고, 일일이 집안을 보살피는 아버지야말로 어느 무엇에도 비比할 바 없이 높으신 은공恩功인가 합니다.
오늘도 추움을 무릅쓰고 *콩 타작을 하시며 밤에도 어린아이와 제삿밥 짓기에 고생苦生하시는 아버지! 나는 그동안 눈뜨기 시작하여 따뜻한 부모의 슬하膝下 아래서 사랑과 귀여움을 받아, 이 사회社會의 풍난風難을 맛보지 않고 곱게 자란 이내 몸! 지금은 오직! 높으신 ‘어머니’
이 세상世上에 또다시 없는 진정으로 이 불효자不孝子를 인도引導하시며 사랑하시던 ‘어머니’ 영원永遠한 황천黃泉길을 밝히시고….
나는 어쩌면 홀로 남으신 아버지를 좀 더 행복幸福하게 생활生活하시며, 평안平安하시게 계시도록 하는 문제에 겉으로 눈물이 나고 속으로 불이 나는 아주 막연漠然한 나의 장래將來를 생각하며….

오늘은 수학數學 Note 정리整理하다.
수학數學은 어려운 과科로 노력勞力과 해수解數하지 않는 이 자者로서….
* 콩 타작은 가을 추수기에 하나,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겨울에 콩 타작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의 일기 (19)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5일(一月二十五日) 목(木) 맑음
어젯밤 늦게까지 놀았는지 아침 늦게서야 일어나다.
9시경에 *박병룡朴炳龍 군이 찾아오고 또한 화동의 망기 모두 다 왔다.
조금 후 밖을 나가 본즉 **김창원金昌元 군이 역곡力谷으로 영예로운 결혼식結婚式날이다.
나는 이 광경을 볼 때 나도 좀 일찍이 부모님 말씀에 의依하여 ‘결혼’ 하여서 ‘부모’ 봉양奉養을 하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우러나다.
그리고 길에는 또다시 영광榮光스러운 징병소집徵兵召集 영장令狀을 받아 씩씩한 모습으로 집합장소集合場所로 모여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랑하는 아들, ***유정랑군有情郞君을 보내기에 슬픔을 금禁하지 못한 얼굴로 자식子息 혹은 남편男便의 뒤를 따르고 있다.
특特히 결혼한 지 5일을 못 지난 ‘최현규’ 내외內外 그들의 ‘인연’, ‘정’, 이상異常한 운명運命, 이상한 인생人生의 수레바퀴 그들의 작별作別 무한한 슬픔 무엇에 비比할까! 또한 정다운 김삼경이 영장令狀을 받았다는 소식消息이 날아들었다.
나는 갑자기 정신을 잃을 것 같고 이 소식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하도 기막히어 삼경이가!!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無意識的으로 나왔다
곧 삼경이 뒤를 이어 따라갔다.
가는 도중 또한 이신우도 간다는 말에 더욱 섭섭함을 금禁하지 못하였다.
이쪽 저쪽에서도 모이어 가는 것이었다.
공중에는 낮게 뜬 수송기輸送機 한 기機가 국사봉國寺峯 위에서 한 바퀴 돈 후, 그만 저 멀리 산 너머로 소리와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우리들은 떠나는 친우親友들을 위로하면서 집합소集合所까지 갔다.
또한 슬픈 소식 이종진李鐘辰이도 간다는 말과 권태수權泰守도 간다는 말이었다.
이제 나는 참말로 정다운 동무들을 모두 작별作別한다는 생각에 감개무량感慨無量하였다.
우리 일행一行은 우석禹錫 댁에 가서 떠나는 그들의 영원永遠한 건강을 빌며 축하하기 위하여, 음식飮食을 조금 준비하여 한 미소로서 좌석을 마치고 곧 나갔다.
본즉 모두들 슬픔에 가득한 얼굴로 배웅을 나온 모습에 나 자신自身 또한 슬픔을 말할 수 없었다.
시각時刻은 멈추지 않고 흘러 벌써 출발出發 시간이 되어 출발하였다.
이 순간 떠나고 보낸 이의 슬픔은 어떠할꼬? 우리는 골마 앞들까지 따라갔다.
따라간들 별 수 없는 하소연 우리들은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최후最後의 건강을 빌며 또한 마지막 ‘악수’로써 그들을 작별作別하였다.
멀리서 그들이 자취를 감출 때까지 바라보았다.
눈물을 머금고 바라본들 아무 소용所用 없는 우리들은 곧 뒤돌아 집을 향向하여 왔다.
참으로 정다운 그들을 보내고 집에 온즉 우연히 섭섭한 마음을 참지 못하여 석반夕飯 후, 이 거리 저 거리로 헤매어 보았다.
그러하던 중, 명원 형 댁에 가서 놀다 오다.
나는 사창에 달빛 어린 방 한구석에서!! 이신우, 김삼경, 권태수, 이종진, 정용진, ****안창주, 최현규, 김인섭, 이덕수 이들의 친우親友를 영원永遠히 건강하게 싸워 주시길 빌며….
또한 공검면恭儉面에서 가시는 모든 젊은 동지同志들 건강하시기를 바라마지 않다.
* 동막 1리 (쌈바), 대구에서 공인회계사로 이름을 떨치었다. 아내와 같이 어르신 내외분을 찾아뵙고 아버지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동막 1리(구마이), 경상북도 상주사방사업소에서 근무하였다.
*** 정 情을 둔 남편.
**** 중소 2리, 공검중학교 동창 안성일의 부친이다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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