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36~38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36~38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25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의 일기 (36)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3일(二月十三日) 화(火) 맑은 뒤 흐림
어제 길 *40리里를 다녀와서 쇠약한 나의 몸이 매우 피곤하였는지 아침 늦게서야 일어나다.
오늘은 방학數學 숙제를 하여 보려고 학습장學習帳을 펴보았으나 도저히 나의 실력實力으로서는 풀 수가 없어, 그만 다음 기회機會로 미루기로 하고 옛 시조집時調集을 독서하다.
그리고 또한 은척면銀尺面에 계시는 매씨 앞으로妹氏前 편지便紙 한 장을 쓰다.(인편으로!)
오후午後에는 창원 군과 병룡 군이 찾아오다.
밤에는 공검학교恭儉學校에 새로 ‘부임赴任’하신 **유 교장柳校長 선생님이 오늘 저녁 유치한 저의 아랫방에 주무시었다.
나는 아랫집 자부子婦 즉, 팔원八源의 모친이 지나간 여름에 아들 하나 잃어버린 것이 지금에 와서 다시금 너무나 심중이 생각되어 또한, 가산 불안家産不安의 모든 고심苦心 끝에 좀 정신 이상에 걸린 사람같이 보이어 오늘 저녁에는 ***비선을 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많은 경험經驗을 얻었다. * 상주로 가는 길은 구마이에서 양정 무지미를 지나서 서당골(외서 개곡리)로 와서 남적을 거쳐서 부 원, 만산까지 8km(20리), 왕복 16km(40리)로 4시간 정도는 걸어가야 되는 거리다.
** 유승준 교장 선생님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하였다.
*** 무당굿.

아버지의 일기 (37)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4일(二月十四日) 수(水) 흐림
요사이 비행기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이 깨어 밖을 나가 본즉, 국사봉國寺峯의 산마루를 눈 깜박 하는 동안 자취를 감추고 소리를 낼 뿐이다.
하늘은 검은 구름이 끼어 갑갑한 기분氣分을 알리고 있다.
누님은 어제 양정楊亭 할아버지 댁에 가시어 주무시고 아침 일찍 오시었다.
12시경에 은척銀尺에 계시는 매씨妹氏께서 오시다
나는 소정 *면약眠藥 찾으러 갔다.
요사이 쓸데없이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음식물飮食物 내기에 같이 어울리어 금 1천3백환을 썼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어 참으로 부모父母님의 피땀으로 지은 곡식을 도저히 자식子息으로서는 할 수 없는 불효막대不孝莫大한 일을 하다.
이 자者가 생후生後 처음으로 쌀 5두斗를 아버지 모르게 바치다. (용서하소서….)
호주기, 전투기, 수송기 낮게 떠서 가다. * 잠자는 약.

아버지의 일기 (38)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5일(二月十五日) 목(木) 흐림
날은 흐리다.
아침을 먹고 앞 학교學校로 갔다.
거기에는 *민병렬閔炳烈 선생님, 정鄭 선생님이 계시다. 여기서 나와 오리실 우리 쇠망치 찾으러 가다.
사람이란! 남의 물건物件을 얻어 쓸 때 꼭 필요할 적에는 아주 달게 쓰고 그 후로는 그야말로 무관심無觀心한 것이 아닐까? 10시경에 면소
面所에서 제除등록증 조사가 있다 하여 곧 내려갔다. 거기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검사를 받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영직, 신우, 정웅, 도경, 정렬, 정팔 여러 친우親友들을 만난 후, 김충평金忠平 선생님을 만나다. 내실內室에는 면장面長, 지서장支署長 병사계원들께서 모든 조사를 하시다.
모든 것에 침착한 태도態度로 언행言行을 해야 한다.
**상중尙中 우리 Class mate인 학경을 만나다. * 예주리, 아버지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을 하였고 공검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였다.
** 상주중학교.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