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39~41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39~41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2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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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39)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6일(二月十六日) 금(金) 흐림
어젯밤에는 김창원 아랫방에서 혼자 잤다.
방은 매우 춥다.
연然이나 일선一線 장병님께 비比하면….
기적汽笛 소리 듣다.
쓰는 순간 막 눈을 뜨자 벼락 치는 소리가 나다.
나가 본즉 *보잉기 오다.
낮게 떠서 쏜살같이 점촌店村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다.
방위본부防衛本部에 가서 ‘잉크 물’ 찾아오다.
오늘도 마음 잡지 못하여 이리저리 다니다.
하도 심심하여 영연 집에 들러 윗마을로 가다.
거기에는 벌써부터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화투를 하고 있다.
나도 거기서 같이 놀다.
화투라는 것은 도저히 진정한 정다운 친구로서는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다.
느끼면서! 사람이란 것은 이상하다.
나쁜 것이다 하면 안 된다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것은! 반드시 인간人間의 본능本能인가 할 것이다.
이것을 물리치고 참고 모든 역경逆境을 물리치는 자者가 성공成功을 할 것이다. * 비행기

아버지의 일기 (40)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7일(二月十七日) 토(土) 맑음
아침 일찍이 ‘못가’ 담배 사러 가다.
가는 도중途中 이신우를 만나다. 만나서 하는 말이 오늘 오후午後에 이상묵李相黙의 할아버지 회갑回 甲에 놀러오라 하므로, 우리 친우 일동親友一同 같이 가자 하기에 나는 곧 담배를 사가지고 오다.
못가에서! 어느 한 집에 낯 모르는 어느 늙은 노인 내외老人內外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추운 마당에서 오늘도 하루의 끼니를 얻으려고 솥을 때우고 있었다. (아내는 풍로를 부치며….)
나로서 볼 때, 그들에게도 우리 조국祖國이 평화平和롭다면 그래도 좀 더 나은 생활生活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나다.
중식을 먹고 아버지에게 금 천환을 얻어 나섰다.
나는 조그마한 생각으로 우리 형편形便이 나로서는 그러한 경사로운 회갑回甲에 풍부한 친우親友들과 같이 동행同行한다는 것은 좀 남 보기에…. 김도경金道經 집에 모두 모여서 출발하게 되었다.
연然이나 좀 섭섭한 것은 김삼경, 이종진은 몸이 편치 않아서 같이 못 가는 것이 나는 매우 ‘섭’하였다.
막 해 떨어지자마자 상묵의 집에 도착하였다.
많은 손님들이 모여서 오늘 할아버지의 경사로운 회갑일回甲日을 한층 더 기쁘게 하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할아버지에게 일동一同 모두 인사人事를 하고 미리부터 준비하여 갔던 *명경(明鏡, 1만7천환), 명태(3천환)를 선사膳賜하였다. 밤이다.
많은 풍부한 음식飮食을 준비하여 가져왔다.
모두들 웃음 띤 얼굴로 이 밤을 화락和樂하게 보내기로 서로들 술과 음식을 권하였다.
밤은 깊어 손님들도 이제야 대략大略 가시고 **반공半空에는 밝은 달이 높이 떠서,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노래와 술과 음식飮食을 먹도록 하였다.
이 좌석 중, 우리들과 마을 청년들과의 큰 충돌이 일어났다.(다만 서로 오해誤解 관계로 마을 어른들에게 대對할 면목이 없었다.)
곧 처소處所로 옮기어 자게 되었다.
아침이다.
동산東山에 붉은 햇빛 줄기와 함께…. * 거울.
** 땅으로부터 그리 높지 아니한 허공.

아버지의 일기 (41)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8일(二月十八日) 일(日) 흐림(눈)
앞 냇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또 술을 먹었다.
연달아 술과 음식을 먹어 붉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완희李琬熙 집에서 한숨 자고 곧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사人事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 중소 1리, 공검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서 1986년도에 우리 집에서 사모님과 같이 요양을 하였다.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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