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150편. 모로코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탕헤르(하)

2019-05-07     허정연

(영남연합뉴스=허정연 기자) 
★매주 월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150편, 험블리 세계여행 - 모로코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탕헤르(하)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길거리에서 만난 친절한 아저씨와 헤어 진 우리는 계속해서 작은 골목길을 따라 올랐다.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 예쁜 벽화들을 구경하며 걷는 이 길은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오르막길을 조금 더 오르니 넓은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메디나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곳은 마치 다시 유럽의 한 작은 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도데체 모로코의 매력은 어디까지 인 것인지!

예쁜 공원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이곳은 탕헤르 항구와 넓은 바다가 탁 트인 멋진 전망을 자랑한다.

꽤나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다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멍하니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스페인을 바라보며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난 며칠 전에 맛있게 먹었던 타파스와 와인 생각이 간절한데 말이다.

한참을 앉아 있다 아차... 이곳에 아저씨가 추천해 준 멋진 카페가 있었지!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차가운 바람에 따뜻한 차 한 잔도 절실했던 찰나이다.

예쁘게 피어 있는 담벼락의 꽃들을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꽤나 오래된 듯한 카페가 나왔다. 이름은 Cafe Hafa. 

사실 며칠 전 봤던 여행 TV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곳으로 탕헤르에 가면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하늘색 조약돌로 박아 놓은 카페 하파(Hafa)라는 글씨가 조금 어설프면서도 그 상태로 예쁘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비탈 마다 계단처럼 한 층 한 층 배치해 놓은 구조로 모든 테이블이 바다를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여럿이 함께 가더라도 마주 보기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따뜻한 민트 차 한 잔씩 주문했다. 컵에 한가득 담긴 민트 잎도 놀랍지만 향긋하면서도 달디단 차의 맛이 더욱 놀랍다. 설탕을 많이 넣어야 민트향이 잘 우러난다고는 하지만 매일 이렇게 달게 마시면 혈당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멋진 곳에 앉아 보내는 시간 동안만큼은 혈당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일단 상쾌하고도 향긋한 향이 어우러진 달콤한 모로칸 민트차를 곁들이며 푸른 바다를 바라 보는 이 순간을 즐겨 보기로 한다. 

주변으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의 애교를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이곳을 나와 탕헤르의 골목길을 거닐었다. 쉐프샤우엔(Chefchaouen, 모로코의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에 모여 있다는 파란 외벽의 집들이 이곳에도 있구나!

카사바에 도착했지만 웬 사나운 개들이 날뛰는 바람에 도망치듯 나와 더 들어가지 못했고 뒤쪽으로 빙 돌아 성곽 밖으로 나왔다. 사실 우리 둘 다 아직은 큰 개들이 무섭다.

돌아 간 뒤쪽으로는 카사바 박물관이 있다. 아쉽게도 운영하지 않는 시간대여서 문 앞에서만 서성이다 뒤돌아 서야 했다.

성곽 밖으로 나오니 또다시 탁 트인 바다 전망이 펼쳐졌다. 어디에서나 외부의 침략에 맞서야 했던 성곽들은 그 역할을 떠나 전망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듯하다.

늘 긴장되는 순간 마저도 아름다운 풍경이 혹여 라도 성을 지키던 그들의 시야를 빼앗지는 않았을까... 한편으로는 따스한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성곽으로부터 난 계단을 따라 길가로 내려왔다. 스페인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탕헤르의 거리는 마치 유럽에 온 듯 메디나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탕헤르에서는 아랍어와 프랑스어 외에도 스페인어 역시 통용된다고 한다.

어느덧 탕헤르에 어둠이 깔리고 우리 배는 꼬르륵 대기 시작했다.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중 그냥 숙소 근처에 있는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타진을 먹어 보기로 했다.

가격도 타진 1인 가격 40~50디르함(약 5,000원~6,000원) 정도이고 둘이서 코프타 타진, 치킨 쿠스쿠스, 콜라 각 1병씩으로 120 디르함(약 14,000원)으로 나쁘진 않다.

부른 배를 토닥거리며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거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중심지 한가운데의 장점이자 단점인 저녁의 시끌벅적함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5월 13일 151편 연재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