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허정연 기자
25편, 험블리 세계 여행 – 천년의 고도, 아름다운 수즈달 (후편)
언덕 가까이로 가니 붉은 벽돌의 우스펜스카야 체르코브(Uspenskaya Tserkov)라는 이름의 교회가 서 있다. 러시아 최초의 목조로 지어진 이 교회는 18세기에 큰 화재로 소실 되었다가 같은 곳에 이 붉은 벽돌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최초의 목조 교회의 위상을 유지하며 잘 보존 되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지금의 모습도 좋지만 좀 안타깝기도 하다.
교회를 지나 바로 옆의 언덕으로 오르니 역시 기대했던 멋진 수즈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모습에 감탄하며 어린 아이 마냥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멋진 경치를 감상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 곳으로 산책을 나온 가족들의 모습에서 행복함이 느껴진다. 평생 이런 풍경을 보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는 이런 모습도 일상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하지 않을까?
마을 언덕에서의 행복을 만끽한 우리는 이곳을 내려와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던 골목길로 걸어갔다. 작은 장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에는 각종 수공예품들과 기념품 가게 그리고 카페들이 모여 있었다. 지역 마다 특색을 잘 드러내며 각각의 독특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이런 마켓 구경은 어디에서나 재미난다. 특히 이 곳 수즈달의 마켓은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수공예품이나 기념품 하나 정도 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마켓을 빠져 나왔다. 자꾸 뒤돌아 보는 나를 향해 엄봉이는 “가자 가자” 를 연신 반복한다. 엄봉이를 따라 푸른 공원을 지나 요새 앞에 멈춰 섰다.
이 곳을 들어 서자 별이 박힌 듯한 파랗고 둥근 돔이 너무도 예쁜 네티비티 성당(Cathedral of the Nativity)이 보였다. 11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수즈달 도시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성당으로 17세기에 세 개였던 돔은 다섯 개로 재건축 되며 내부 장식도 다시 칠해졌다고 한다. 내부에는 13, 15, 17세기의 프레스코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다. 무엇보다 내게는 다섯 개의 파란 돔이 너무도 예쁜 성당이다.
네티비티 성당 옆으로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고풍스런 목조 건물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을 지나 카멘카 강가를 향해 걸어갔다. 역시 도시에는 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듯 하다. 이 곳 역시 카멘카 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을 건너니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목조 건축 야외 박물관(Museum of Wooden Architecture) 이다. 넓은 영토의 많은 나무들이 있는 러시아는 목조 건물이 많은데 이 곳은 러시아 특유의 목조 주택과 교회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작은 마을 처럼 형성 되어 있다고 한다.
독특한 이 박물관을 둘러본 후 강가를 바라보니 멋진 마차들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진 않았지만 흰 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는 푸른 하늘과 푸른 숲 뒤로 보이는 교회의 첨탑들 앞에 서 있는 마차의 모습에 또 다시 그림 같다는 생각이 떠올라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런 우리를 본 호객꾼들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마차가 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모습을 보고싶은 건데 말이다.
어느덧 출출해진 배를 부여잡고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을 받아 시내의 한 러시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하르체브냐(Харчевня) 라는 이름의 이 레스토랑은 알고 보니 수즈달을 찾는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었다.
러시아식 전통 퀼트와 장식품으로 꾸며진 레스토랑은 내부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배가 많이 고프기도 하고 러시아 가정식이 궁금하기도 했던 우리는 둘이서 세 메뉴나 주문 했다. 우선 러시아의 대표적인 수프인 붉은 빛깔의 보르쉬(Borsch)와 소고기 요리, 그리고 항아리에 넣고 조리 한 생선요리를 주문 했다. 결과는 대 만족!
역시 다들 추천 하는 집 답게 음식들은 너무도 훌륭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맛 좋은 음식까지… 이곳 수즈달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있다. 단 하루의 일정만 잡았던 이곳이 너무도 아쉬워 지는 순간이다. 아…기차 티켓을 미리 예매 해 놓지만 않았더라도 3~4일은 더 머무르고 싶은 이곳 수즈달.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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