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27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반하다
(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27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반하다
  • 허정연
  • 승인 2017.12.14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이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27편, 험블리 세계 여행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반하다!
다음날 오전 눈부신 햇살에 눈을 떴다. 전날과 다르게 너무도 화창한 날씨에 몸이 개운해 진 느낌이 든다. 쿨쿨 자고 있는 엄봉이를 깨워 호스텔에서 제공 되는 토스트와 블리니를 아침 식사로 밤새 비워 있던 배를 채운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중심 거리인 넵스키 대로를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변덕스런 날씨는 어느새 다시 구름이 몰려와 흐려졌지만 비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험블리27-1.jpg

우산에 가려져 있던 빗 속의 에르미타주와 겨울 광장의 모습은 사뭇 다르지만 여전히 멋진 모습에 우리 둘 다 신이 났다. 광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마구 뛰어 다니기도 했다.

험블리27-2.jpg

이 곳을 활보 하던 우리는 광장 뒤편으로 나가 넵스키 대로에 진입 했다. 넵스키 대로 혹은 네프스키 대로(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의 명칭은 네바 강의 거리 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군성에서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까지 4.5㎞로 뻗어 있는 이 거리는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의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 언제나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큰 대로를 따라 러시아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쭉 들어서 있다.

험블리27-3.jpg
험블리27-4.jpg

넵스키를 따라 쭉 가다 보면 모이카 강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여기에도 선착장이 있어 보트 투어를 호객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험블리27-5.jpg
험블리27-6.jpg

모이카 강을 지나 조금 더 걸어 가니 카잔 대성당이 보인다. 반원형 구조로 되어 있는 모습이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닮아 있는 카잔 대성당은 이탈리아 건축가인 바로나킨이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모델로 설계 했다고 한다. 이 성당이 완성 된 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성당 내부에는 승리의 트로피와 나폴레옹 군으로부터 탈취한 군기 등이 전시 되어 있다. 멋진 카잔 대성당의 모습을 감상하고 길을 나섰다.

험블리27-7.jpg
험블리27-8.jpg
카잔 대성당을 마주보고 있는 크고 멋진 건물의 돔 끄니기(дом книги) 서점을 발견했다. 서점 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화려한 외관에 놀랍고 넓은 내부는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과 각종 기념품들과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 또다시 놀란다. 하지만 이 많은 책들 중 내가 사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는 현실에 절망하고 예쁜 기념품들의 가격에 다시 한번 절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넵스키 거리를 걷고 있다면 한번 들러볼 만 한 곳 임에는 틀림 없다.


험블리27-9.jpg
화려한 돔 끄니기 성당을 지나 또 다른 작은 강 뒤로 예쁜 성당 하나가 눈에 띈다.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을 닮아 있는 피의 구원 사원(Church of Our Savior on Spilled Blood)이라는 이름의 교회이다.

험블리27-10.jpg
험블리27-11.jpg
험블리27-12.jpg

이 무시무시한 이름의 이 교회 공식 명칭은 그리스도 부활 성당(Собор Воскресения Христова, 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인데 알렉산드르 2세 암살기도가 있었던 바로 그곳에 1883∼1907년에 걸쳐 세워져서 일명 '피의 사원'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피의 사원에서 '피'는 1881년 이곳에서 암살당한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피를 가리킨다.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곳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 역시 홀린 듯 넵스키 대로를 빠져 나와 이 곳을 향해 걸어 갔다. 가까이 다가 올수록 예쁜 이 교회의 모습에 매료 되는 듯 하다.
험블리27-13.jpg
험블리27-14.jpg

작은 강을 끼고 바라 보는 피의 구원 사원은 더욱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역시 수많은 관광객의 일부가 되어 한참을 신나게 이 곳을 즐겼다. 그러던 중 갈증을 느낀 우리는 잠시 목을 축일 카페를 찾아 다시 넵스키 대로로 향했다. 많은 카페들이 있으니 그 중 한 곳에서 갈증을 달랠까 하는데 상당히 번화가인 이곳의 맥주 가격은 한잔에 보통 300~400루블(약 6,000원) 정도이다. 한국에 비하면 그리 비싸진 않다고 생각 될 수 도 있으나 우리 같은 백수 여행자들에겐 매번 사치가 될 수 있다. 슬프지만 지독한 현실이다. 그러던 중 분위기 좋고 저렴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피의 구원사원에서 넵스키 대로로 가는 길에 위치한 이곳에서 아주 간단히 500cc 플라스틱 컵에 로컬 생맥주를 단돈 90루블(한화 1,800원 정도)로 즐길 수 있다!

험블리27-15.jpg
험블리27-16.jpg
험블리27-17.jpg
기분 좋게 목도 축이고 너무도 멋진 넵스키 대로를 따라 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미 푹 빠진 우리는 이곳에서 4박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여유롭게 이 아름다운 도시를 즐기고 싶었기에 서두르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렇게 우리는 넵스키 대로를 따라 숙소로 향하는 길인 겨울 광장을 향해 되돌아 갔다. 사실 조금 피곤함을 느껴 숙소로 일찍 들어가 쉬었다가 다시 나올 생각이었지만 일찍 들어가기로 한 우리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화창하게 갠 푸른 하늘 아래 겨울 광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내 발길을 잡은 것이다.

험블리27-18.jpg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작은 공연들, 이런 모습을 자유롭게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나 역시 그만 바닥에 퍼져 앉아 버렸다. 광장 중앙에선 길거리 가수가 신나게 노래를 들려주니 아이들은 흥에 겨워 춤도 추고 연인들은 주위 시선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오 만의 햇살 아래에서 즐기는 여유에 너무도 행복해 졌던 우리는 조금 전에 느낀 피로감은 금새 잊혀 졌다..

험블리27-19.jpg
험블리27-20.jpg
험블리27-21.jpg


계속 이곳에 앉아 해가 질 때 까지 있고 싶지만 이미 오후 6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에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이곳은 백야가 한창이다. 밝은 저녁은 숙소에서 잠시 쉰 후 그나마 좀 어둑어둑한 자정쯤에 다시 나와 이 곳의 또 다른 모습을 즐기기로 한다. 독특한 느낌의 이 곳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2월 18일 28편 연재예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본 사 : 부산광역시 동래구 금강공원로 1
  • 법인명 : (주)영남연합신문
  • 제 호 : 영남연합뉴스 / 연합환경뉴스
  • 등록번호 : 부산, 아00283 / 부산, 아00546
  • 등록일 : 2017-06-29
  • 발행일 : 2017-07-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창훈
  • 대표전화 : 051-636-1116
  • 팩 스 : 051-793-0790
  • 발행·편집인 : 대표이사/회장 강대현
  • 영남연합뉴스와 연합환경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영남연합뉴스·연합환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nyh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