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31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
(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31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
  • 허정연
  • 승인 2017.12.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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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이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31편, 험블리 세계 여행 -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

일주일을 보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어느새 정이 들어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모스크바행 밤 기차를 예매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모스크바가 아닌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호스텔 직원인 안나의 강력한 추천으로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일컫는 코카서스 3국으로의 여행을 결정한 우리는 첫 목적지인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결정 했다. 모스크바행 열차는 밤 12시 26분 출발이라 하루가 덤으로 생긴 셈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이 곳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워킹 투어로 그동안 관광지 외에 보지 못했던 곳을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가보기로 했다. 무료 워킹 투어는 보통 사전 예약으로 진행 되는데 투어 비용은 들지 않지만 투어 후 팁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호스텔 직원이 소개해 준 특이한 워킹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관광지가 아닌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과 그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는 프로그램 이라고 한다. 제대로 잘 알아 들을 수 있을까 걱정 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기대가 된다. 저녁 6시로 예정 되어 있어 남는 시간을 쉬엄쉬엄 성 이삭 대성당 주변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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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인 성 이삭 대성당(St. Isaac’s Cathedral)은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황금빛 돔 지붕의 교회로 표트르 대제의 수호 성인인 이삭의 이름에서 유래 되어 성 이삭 축제일인 5월 30일에 태어난 표트르 대제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의 기능을 하고 있는 성 이삭 대성당의 내부에는 저명한 22명의 화가들이 참여하여 완성한 103점의 벽화와 52점의 캔버스 그림이 전시 되어 있다. 박물관은 1인 250루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로는 150루블을 추가로 지불 하면 오를 수 있다. 국제 학생증을 가지고 있다면 할인혜택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는 무관한 학생증.. 성 이삭 대성당을 바라보며 그 앞의 공원을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예약 해 둔 워킹 투어 시간이 다가 왔다. 모이기로 한 약속 장소는 청동 기마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청동 기마상은 성 이삭 대성당 뒤편 네바 강이 보이는 공원에 위치해 있는데 성 이삭 대성당 앞 도로를 낀 광장에도 청동 기마상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헷갈리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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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곳에서 주변을 둘러 보며 사람들이 모이길 기다렸지만 역시 모이는 장소인 청동 기마상은 이 곳이 아님을 직감 했다. 알고 보니 이 동상은 니콜라이 1세의 청동 기마 동상이고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표트르 대제의 청동 기마 동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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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1세 동상에게 만나서 반가웠다는 인사를 한 뒤 다시 10분 정도 네바 강변의 공원을 향해 걸어 갔다. 저 멀리 표트르 대제의 청동 기마상이 보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 보니 공원 뒤로 성 이삭 성당의 모습이 멋스럽게 서 있다. 이 모습이 너무 예쁘지만 시간이 촉박해 진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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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모습의 이 청동 기마상은 쿠데타로 남편인 표트르 3세가 죽은 후 왕위에 오른 예카테리나 2세가 자신이 표트르 대제의 후계자임을 알리기 위해 표트르 대제의 늠름한 모습을 표현 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며 푯말을 들고 있는 가이드가 보였다. 제대로 찾아 왔구나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가가자 우리가 예약했던 한국인이란걸 직감했는지 눈이 마주치자 마자 환하게 웃으며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먼저 모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린 후 드디어 투어는 시작 되었다. 우선 우리가 모인 청동 기마상과 성 이삭 대성당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후 시내 안의 작은 강인 모이카 강 쪽을 향해 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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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멋스러운 모습의 모이카 궁을 지나 모이카 강변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내며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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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아닌 한적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의 모이카 강 주변은 산책 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을 조금 지나와 조금 더 붐비는 도로로 진입하니 이 곳의 역사적인 오페라, 발레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이 나온다. 에메랄드 색의 고전적인 마린스키 극장은 길 바로 건너편에 현대적으로 다시 지어 진 신관과 대조적인 느낌이다. 케서린은 이 근처 몇 군데 바를 소개해 주며 간혹 바를 방문하는 배우들과 한잔하며 공연 티켓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팁을 우스개 소리로 하며 투어 그룹의 분위기를 더 재미나게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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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구석 골목들을 다니며 이번엔 시내가 한눈에 들어 오는 파노라마 뷰의 카페를 소개해 주겠다며 그 곳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정말 현지인 아니면 찾기 힘들 만큼 작은 골목에 있는 이 카페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가자 나온 멋지고 분위기 좋은 카페의 내부와 테라스의 모습은 꼭꼭 숨겨 둔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 같은 곳이다.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바라 보는 노을 져 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함께 투어를 다닌 사람들과 서로의 여행담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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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루 해가 저물어 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 와 짐을 챙겼다. 항상 떠나는 마지막 날이 아쉽다는 것을 느끼며 친절했던 호스텔 직원인 안나와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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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은 떠나는 이의 발길을 잡아 끌어 당기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인 바쿠에서의 시간도 기대 하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밤 12시간 넘은 시간의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24시간 내내 바쁜 기차역은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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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길고도 짧았던 한달 간의 러시아 여행이 이 곳에서 마무리 되었다. 광활한 대지 속 깊은 바다를 연상케 했던 바이칼 호수, 오랜 시간의 기차 여행 중 만났던 친절했던 러시아 사람들, 그리고 경이로운 백야까지… 아직도 러시아를 알기엔 우리가 있었던 한 달은 겨우 작은 일부분이었지만 러시아라는 나라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질 만큼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이곳에 스르르 녹아 든 듯하다. 다시 찾게 될 날을 기약하며… До свидания (이만 안녕히)!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월 2일 32편 연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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