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훔친 父子에게 국밥 산 경찰의 눈물…'시민 마음 녹였다' 이어지는 온정의 손길
우유 훔친 父子에게 국밥 산 경찰의 눈물…'시민 마음 녹였다' 이어지는 온정의 손길
  • 강성
  • 승인 2019.12.1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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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고파 마트에서 사과와 우유를 훔치다 적발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부자(父子)의 사정을 들은 이재익 경위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마트의 의견을 수렴해 그들을 훈방조치하기로 하고 따뜻한 국밥 한그릇씩을 대접했다.(사진출처=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마트에서 사과 여섯 개와 우유 두 팩을 훔치다 적발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부자(父子)에게 처벌 대신 따뜻한 국밥을 사준 이재익 경위의 사연이 쌀쌀한 기온 속 꽁꽁 얼어붙은 시민들의 마음을 눈 녹듯 녹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 10일 오후 4시 10분께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한 마트에서 벌어졌다. 음식을 훔친 남성은 택시 기사 일을 했지만, 당뇨와 갑상샘 질병으로 6개월 전쯤 실직을 한 상태였다.

해당 사연을 들은 마트 측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으며 경찰은 두 부자의 훈방조치를 결정했다. 이때 출동했던 인천 중부경찰서 관계자들은 그들을 집에 보내기 전 인근 식당에 들러 국밥을 먹게 했다.

또한, 이재익 경위는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해당 아버지의 일자리를 주선해 주려 나섰다. 그는 “아버지한테 하늘이 주신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 봉양하고 두 아들 양육하는 데 꼭 보탬이 되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잘 지켜지는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을 처리했던 이재익 경위는 “아침, 점심도 다 걸렀다고 부자가 그러니까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고 이 모습이 매스컴을 타면서 `진정한 경찰의 모습`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 경위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에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경위는 “(마트로부터 절도 신고를 받고 가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울면서 피해자(마트 주인)에게 잘못을 빌고 있었다”며 “범행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안 했을 텐데, 폐쇄회로(CC)TV 바로 밑에서 가방에 주섬주섬 담는 장면이 녹화됐고 직원이 그걸 발견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자가 훔친 물품은 우유와 사과 등 약 1만 원 상당의 식료품으로 알려졌다. 이재익 경위는 “아버지는 지병이 있으셔서 땀을 많이 흘리고 몸을 떨었고,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들의 따뜻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왔다. 이 경위와 함께 국밥집으로 향한 부자를 쫓아온 한 중년의 남성이 20만원이 든 봉투를 말없이 건네고 사라진 것. 경찰은 이 남성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사연이 13일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후 각지에서 ‘돕고 싶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스에 나온 마트에 다녀왔다”며 “50만 원을 선결제하고 필요한 물건을 (부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정한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준 이재익 경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 공정하고 형평성을 갖춘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혀 사회에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강성 기자 ynyh-k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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