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자연이 조각한 여인상 女人像' 김창식
[수필] ' 자연이 조각한 여인상 女人像' 김창식
  • 김상출
  • 승인 2021.02.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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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조각한 여인상 女人像

                                          김창식 영호남문인협회 회장

수많은 산들 중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닮은 미녀산美女山이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 자리한다 하여 찾아 보았다. 88고속도로 가조 I.C에서 눈을 돌려 바라본 미녀봉은 한폭의 그림처럼 자연이 창출해낸 위대한 걸작으로 감탄이 연발된다. 세련된 화장술로 단장한 눈썹, 우뚝 선 콧날, 벌린입, 달덩이처럼 솟아 오른 젖가슴, 잉태한 배등 산봉들이 모여 젊은 여인상을 그려 놓았다. 걸작품을 인체人體에 비유해 갖가지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 유별나다 하겠다. 봉봉마다 모여 성석性石 성혈 性穴 등에 견주어 성산 性山 으로 자리하여 더더욱 흥미롭다. 미녀봉 초입에 있는 마을에 들어서면 이름마저 양기 음기陰氣로 구분한다. 음기 마을을 들어서면 부채꼴 반달 형으로 곱게 쌓아 놓은 1.5m높이의 돌무지단을 보게 된다.오행복덕을 갖춘 제주祭主가 매년 정월보름 , 이 마을에서 산제山祭를 올린다.하나의 바위봉이 갖는 성신앙 性信仰을 벗어나 산 전체의 성신앙 性信仰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으로 이어온 산이다. 나름대로 사연을 가진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아득한 옛날, 바다였던 미녀봉에 표류하는 조각배를 보고 하늘에서 옥황상제가 이를 구하기 위해 신통력을 가진 예쁜 딸을 내려 보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위풍당당한 장군이 미녀낭자를 보는 순간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를 안 천신(#)의 노여움이 이 세상에서 영원토록 산으로 누워 있으라 하는 무서운 형벌을 내렸다고 한다. 남쪽 기리마을에는 미녀산이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웠고, 북쪽 사병리에는 장군봉이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워,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마주한 산이 미녀산과 장군봉이다.

사랑을 가교시킨 애틋한 전설로, 자연의 위대함과 조물주가 조각한 예술품이 인간과의 관계를 교감시켜 동화됨을 의미하는것이라 하겠다. 음기마을을 지나 미녀봉 여신女身의 하체부터 시작하여 품안으로 들어갔다. 신비로움을 눈여겨 볼만한 곳 중 먼저 만난 500년 된 굴 참나무는 정자나무처럼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 300m깊숙한 숲 속 협곡으로 들어가면 암반의 은밀한 부분에서 솟아 나오는 약수로 이름난 유방샘이 있다.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미녀의 음기蔭氣 를 가려 주기 위해 장난기 있는 옛사람들이 심었으리라는 느낌마저 가지게 된다. 호기심에 마신 물맛은 청감하고 시원스럽다. 좌측을 돌아 길재 능선에 올랐다.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2봉으로 된 유방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유방봉을 오르는 데는 나무들이 버티고 있어 숨이 찬다. 북쪽에 자리한 유방봉은 호롱등 바위가 있다. 밤이면 행여나 장군이 올까 하여 호롱불을 켜놓고 장군봉을 바라보며 기다렸다는 바위다. 오랜 세월을 두고 밤을 지새우며 흘린 눈물이 고인 눈물샘도 이곳에 있다. 남쪽으로열린 등산로따라 젖가슴 암릉을 타고 입 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은 등산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자일이 안전하게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아찔한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산정이다.미녀봉의 이마에 해당되는 곳이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탄성이 절로 나며, 미녀가 가진 신비로운 비경들을 한눈에 속속들이 볼 수 있다.특히 아래에는 돛대 형상의 눈썹 바위가 우뚝 서있어 미적가각이 돋보인다. 하산길은 이마(미녀봉)에서 머리카락을 폭어 흘러내린 능선으로 돌면, 여신의 품에서 벗어나게 된다 돌아본 미녀산은 하나의 여신을 두고 조각한 예술품으로, 마음의 동요는 물론 성적 호기심을 갖게 하는 산으로 신비로움이 곳곳에 감추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미녀봉은 젊은 여인으로 등장하고, 음기 마을에서 바라보면 노고할머니 여신으로 연상시킨 기교는 위대한 자연만이 잉태시킬 수 있는 능력이기에 더욱더 감탄하게 된다. 인간은 어떤 대상에 도취되면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예술미를 창작한 아름다움은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영혼의 구원이요, 희열에 동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산곡에서 찾은 소득을 가꾸어 나가면 우리 일상생활속에 서삶의 지혜와 보람을 일구어 낼 것이다.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김창식)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김창식)

▶프로필
-시의전당문인협회고문
-부산영호남문인협회 회장
-시집 : 촛불과 나와(1957)미소의숨소리. 달빛이 흐르는 창
-수필집 : 두고온 명산.찾아간 명산.무욕의 세계. 다시본 명산. 남해의 끝자락에는 
-시조집 : 만리석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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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당문학 창간호 수필초대
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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