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 일기(16,17일차)
(연재)아버지의 일기(16,17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13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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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16)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2일(一月二十二) 월(月) 맑음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에 다만 ‘호주기’ 4기機만 공중을 요란케 하며 날아갔다.
조반朝飯 후, 곧 병암에 삼촌三寸의 사진을 찾으러 갔다.
오후午後에는 점룡 선생님이 오다.
또 김정필 군이 찾아오다.
그러나 두통頭痛으로 견딜 수 없어 곧 눕게 되었다.
밤이 되어도 역시 아파서 견딜 수 없어 아버지의 간호에 조금 덜하였다.
아픔의 순간 나는 물끄러미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오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조금이라도 나에게 음식을 먹게 하여 줄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날은 밝게 광명천지光明天地로 변變하였다.
조금 두통이 덜한 것 같다.
내가 요사이 남모르는 결심決心의 약속이 허사로! 하루를 허송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人間이 되겠다는 심중결심心中決心을 하였다.
오늘은 두통으로 아버지의 걱정을 시켰다.


아버지의 일기 (17)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1월 23일(一月二十三日) 화(火) 맑음
밤늦게 돌아온 후, 산심심야山深深夜 깊은 밤에 높이 떠서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 들으면서….
날은 좀 풀리어 따뜻한 날씨다.
어젯밤 아팠던 두통이 좀 풀리어 조금 아픈 몸을 무릅쓰고 학교學校로 갔다.
곧 원제 선생님, 배창문 선생님을 만나다.
아침에 매우 반가운 웃음으로! 오후午後에는 병희 형 댁으로 다녀 곧 석반夕飯을 마치었다.
밤에는 ‘영연’ 형과 놀다가 홍식洪植 댁으로 갔다.
가본즉 적은 아이들이 모이어 또다시 *꽃장난을 하고 있다.
나는 좀 더 큰 인간人間이 되고 싶었다.
좀 더 위대한 사람과 같이….
모든 행동行動으로부터….
여기서 노는 동안 여러 아이들과 밥내기, 아주 어린아이들의 유치
하고 아주 순박한 어린아이들의 장난이었다.
섣달이라 보름달은 구름 속에 반신半身을 감추고 소년少年들이여! 촌음寸陰을 아껴 쓰라는 듯이 우리들이 놀고 가는 그 모습이 안타까운 듯이 구름 없는 창공을 통通하여 비취고 있다.
동지同志들아! 우리는 부지런히 닦고 배우자!
* 화투놀이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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