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아버지의일기(33~35일차)
(연재)아버지의일기(33~35일차)
  • 김소정
  • 승인 2017.09.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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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33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0일(二月十日) 토(土) 맑음
아침이다. 원근遠近의 산천山川에는 흰 눈이 덮어 사람으로 하여금 추움을 한 층 더 나타내고 있다.
하늘은 맑게 개이어 무심無心한 구름은 바람에 여비 얻어 어디론지 지향志向 없이 떠서 흘러다니고 있다.
나는 앞 학교學校로 가서 선생님들과 도란프56로 땅콩내기를 하였다. 여기서 2등等이 되어 금 2백환을 쓰다. 이제 오늘로써 그 길고도 짧은 방학放學도 끝마치는 날이다.
생각할수록 40일 동안 무엇을 하였나? 후회막심後悔莫甚하다. 오후午後에는 중식을 먹고 뒷산에 올라서 사방四方의 눈 덮인 광경光景을 보았다.
벌써 양陽달 쪽에는 눈이 다 녹아, 본 자태本自態의 산천초목山川草木을 나타내고 있다.
3시경에 외서外西 계시는 누님이 오시다. 연然이나 오시는 누님이나, 맞이하는 내 자신自身이나 기쁜 마음은 별別로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일기 34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1일(二月十一日) 일(日) 맑음
날은 창명하여 눈에 햇빛이 비취어 한층 더 밝게 보이다.방학放學은 어제로써 끝나고 내일부터 개학일開學日이다.
아침을 먹고 공검면민恭儉面民들에게 예방주사豫防注射를 놓는다는 것이다.
나는 곧 고高 선생님과 함께 면面으로 갔다. 가서 본즉 벌써 사람들은 수십 명數十名에 달할 만치 모여 서로들 먼저 마치려고 어린아이를 업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아직도 우리나라 백성百姓들은 질서秩序 있는 일을 하려면, 저 문명文明 세계世界 여러 국민國民에게 수십 척數十尺 떨어졌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일찍이 마치어 곧 집으로 왔다.
밤이다. 앞집 권영연 댁에서 조趙 선생, 이 소위李少尉, 명원, 태식이 모여서 6인이 도란프로 엿내기를 하여 곧 밤 3시까지 놀다.

 

아버지의 일기 35

1951년(檀紀 四二八四年) 2월 12일(二月十二日) 월(月) 흐림
오늘은 시학일始學日이다.
나는 새벽 고모님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다. 곧 아침밥을 먹고 나섰다. 날씨는 차다.
나서 본즉 아직 아무도 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김창원 댁에 가서 창원 군과 같이 나섰다.
사방四方은 눈에 덮어 온갖 산천초목山川草木은 그 자랑하던 모든 모습이 일시一時에 은색銀色으로 변變하여 그 단순하고 깨끗함을 나타내다.
다만 뜸뜸이57 행인行人이 걸어서 좁은 길가만이 보일 뿐이다. 9시 경時頃에 상주공민학교尙州公民學校에 집합集合하여 거기에서 오랫동안 뵈옵지 못한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기쁨으로 만나다.
여기서 교장校長 선생님의 훈화訓話 말씀과 방학 2주일放學二週日 연기함과 새로이 선생님 한 분이 우리 학교學校로 오셨다는 것에 대對하여 이야기하시다.
또한 등록표 한 장을 얻어 곧 해산하여 나는 창원과 함께 서점에 들러 신귀운申貴雲 댁에 다녀와 줄곧 집으로 향向하여 오다. 군품軍品을 실은 자동차自動車는 쉴 사이 없이….
 
(영남연합뉴스=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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