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4편.고비의 시작-바가 가즈린 츨루
(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4편.고비의 시작-바가 가즈린 츨루
  • 허정연
  • 승인 2017.09.2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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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이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4편, 고비의 시작-바가 가즈린 츨루

쌀쌀한 아침 기운에 눈을 떴다. 게르 내부에 불을 지피는 스토브가 있지만 불이 오래 지속 되지 않아 계속해서 불을 지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리 역시 전날 밤 잠들기 전에 피워 둔 불이 잠든 사이에 꺼지자 게르 내부는 금새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코끝에서 싸늘한 공기가 느껴 질 정도였다. 찌뿌둥한 몸을 쭉 펼치며 게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어느새 밝아진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이 비추자 굳어있던 몸과 마음까지 사르르 녹는다.
아침식사를 위해 주인집 거실로 들어가자 다른 몇몇의 여행자들도 모여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배불리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친절히 잘 대해 주신 숙소의 주인집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나와 이 곳에서부터 약 300km 정도 떨어 진 바가 가즈린 츨루(Baga Gazrin Chuluu)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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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보이는 길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이 여전히 새롭고도 멋지다.
길 곳곳에 보이는 게르들이 이곳이 몽골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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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호? (갈까?)”
데기는 가는 도중에 보여줄 것이 있다며 우리를 밖으로 안내한다. 작은 언덕 위로 색색의 천들과 함께 돌을 쌓아 올린 큰 돌무지가 보인다. 이것은 어워(Ovoo)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서낭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몽골인들은 이 곳을 신성시 여기며 시계 방향으로 정성껏 돌을 올리고 세 번 돌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우리 역시 소원이 간절히 이루어 지길 바라며 주변의 돌을 주워 시계 방향으로 세번 돌며 소원을 빌었다. '부디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하며 우리 역시 더 성장해 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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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으로 커다란 새들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몽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벌쳐(Vulture) 라는 커다란 몽골 검은 독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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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펼치면 약 2.5m나 되는 크기의 벌쳐는 사냥을 하기 보다는 주로 죽은 고기를 먹는 청소부 같은 역할을 한다. 신기한 모습에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가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날개를 펼쳐 날아 오르며 야생에 있어야 더 멋있을 녀석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돈벌이에 이용되어 발이 묶인 채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 곳을 뒤로 하고 우리 푸르공은 열심히 몽골의 벌판을 달렸다. 포장이 잘 된 도로가 있는가 하면 포장 도로라도 곳곳이 파여 있기도 하고 아예 비포장 길로 가기라도 하면 안그래도 덜컹거리는 푸르공이 더 요동을 친다. 이렇게 달려 어느덧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임을 알리고 감바 아저씨는 넓은 초원으로 들어가 차를 세운다.
야호!!!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푸른 하늘 아래 양과 염소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는 옆에서 노상 식사라니 피크닉 온 느낌도 들고 기분도 좋고 너무도 낭만적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들이 풀을 먹고 싸놓은 똥과 함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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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이드 데기는 초원 위에 테이블을 세팅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물도 없고 제대로 된 시설도 없이 최소한의 것들로 요리를 해 내는 모습에서 유목민들의 생활 방식이 엿보이는 듯 하기도 한다. 데기가 점심을 요리하는 동안 양과 염소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싶어 다가가지만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녀석들... 귀여운 아기 염소들은 낯선 이의 발걸음에 메에~하며 어미 뒤로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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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조그만 테이블 위 데기가 정성껏 만든 점심식사가 완성 되었다. 오늘의 메뉴는 야채 볶음면과 데기가 우리를 위해 한인마트에서 샀다는 초고추장까지 더해져 어느새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큰 물통에 담아온 물로 최소한 아껴가며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을 만큼 그들의 방식으로 설거지까지 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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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 푸르공은 끝없는 도로를 달리고 또 달리다 화장실도 갈 겸 다리도 좀 펼 겸 해서 가던 길 중 잠시 쉬기도 했다. 화장실이 어디냐는 물음에 데기는
“Toilet is everywhere. (이 모든 곳이 화장실이야.)” 라는 대답…
이 곳 몽골의 대 자연 위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만 적잖이 당황한 내 모습에 데기는 깔깔 웃으며 곧 익숙해 질 거라 하면서 나를 다독여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화장실을 해결하고 끝도 없는 평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익숙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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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발걸음을 돌려 끝없이 보이는 길을 따라 계속해서 바가 가즈린 츨루로 향해 달려갔다. 바가 가즈린 츨루(Baga Gazrin Chuluu)는 직역하면 ‘작은 바위들이 있는 땅’ 이라는 뜻으로 이 곳을 시작으로 고비(Gobi) 사막 지역이 펼쳐진다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듯한 바위들이 비와 바람에 의해 예쁘게 조각 되어 있는 바가 가즈린 츨루는 어느덧 해질녘이 되자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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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 작은 동굴은 예전에 수정을 캐던 광산인데 데기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 해서 좁지만 꾸역꾸역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허리는 아프지만 어쩐지 시원하고 아늑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이 예전 러시아 군에 의해 라마 불교 사원이 파괴 되던 시절 승려들이 몸을 숨겼던 은신처로도 사용 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좁고 낮은 이 곳에 몸을 숨겨야만 했던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옆쪽으로 들어가면 파괴된 사원 터가 나오는데 17-18세기의 불교 지도자인 자와담딩 이라는 승려가 머물며 명상하던 장소이다. 평평한 돌 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계단과 방의 흔적이 너무도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아직은 쌀쌀해서인지 앙상해 보이는 헐벗은 듯한 나무들이 여름이 되면 넓고 푸른 잎으로 뒤덮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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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 가즈린 츨루 곳곳을 둘러보면서 작은 돌산 위로 오르니 넓은 몽골의 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 하다. 소음도 공해도 없는 평화로운 이 곳에서 잠시 눈을 감으니 스치는 바람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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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모습을 눈에만 담기는 아쉬워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봐도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을 담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몇 번이고 이 곳을 와 봤을 데기 역시 바가 가즈린 츨루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는 듯 했다.
“데기! 요위~!”(데기야! 가자!)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 줄 푸르공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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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초원 길을 달려 도착한 게르 숙소는 어느덧 붉게 물든 하늘에 게르의 모습까지 더해져 아름답고도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행복한 기운에 쌀쌀한 기온의 추위도 잊은 채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넓고도 넓은 허허벌판의 초원 속에도 멋진 자연과 그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기분이 든다. 이 기분에 취해 밤 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별들을 안주로 진한 몽골 보드카 한잔을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9월28일 5화 연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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