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삐에로` 범죄를 유튜브 마케팅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여성 공포심`
`신림동 삐에로` 범죄를 유튜브 마케팅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여성 공포심`
  • 천하정
  • 승인 2019.07.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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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연합뉴스=천하정 기자) 지난 5월 28일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사건은 전국에 혼자 사는 여성들을 공포와 두려움에 빠트렸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최씨가 삐에로 가면을 쓰고 등장한 유튜브 영상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 (사진출처= 유튜브 갈무리)
최씨가 삐에로 가면을 쓰고 등장한 유튜브 영상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 (사진출처= 유튜브 갈무리)

사건당일 오전 6시 20분쯤 한 남성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은 뒤 해당 여성의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해당영상은 소셜네트워크 ‘트위터’에 업로드되어 핫이슈로 떠올랐다.  

피의자 조 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그렇게 해당 영상이 이슈 되고 난 후 안타깝게도 그런 여성들의 공포심과 두려움이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림동 강간미수`사건이 채 잊히지도 않은 지난 7월 23일 유튜브에는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 이라는 긴박한 제목의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1분 29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섬뜩한 삐에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한 원룸의 문 앞에 놓은 택배를 마음대로 가지고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 속 삐에로는 남은 택배를 훔쳐가기 전 택배가 놓인 현관문에 귀를 대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 마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그렇게 문 열기에 실패한 남자는 문 앞의 택배만 가지고 도주하고 영상 끝에는 집 안에 있던 주민이 나와 주변을 살피는 모습으로 영상을 마무리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퍼지면서 `제2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라 불리게 됐고, 특히 신림동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의 공포감과 두려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의 뒤를 따라가 주거침입을 시도하거나 원룸 창문으로 침입한 뒤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점에서 또 유사한 사건의 영상이 올라왔기에 더 큰 논란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구글코리아에 협조를 구해 해당 영상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영상이 혹시 연출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여부부터 확인한 후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논란 속 건물이 자신의 건물인 것 같다는 건물 관리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수사에 나서 지난 7월 25일 오전 0시 25분 건물에 있던 최 모 씨를 검거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붙잡힌 최 모 씨는 1인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며 자신이 고안한 택배 배송지 공유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연출해 만들어 냈다고 진술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이 영상이 실제상황이 아닌 홍보용 광고영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뉴스로 논란이 커진 사실을 깨달은 뒤 뒤늦게 해명 영상을 올리고 원제목 뒤 (연출)이라는 말을 추가로 달고 유튜브에도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그는 `신림동 삐에로 사이코패스 도둑입니다. 기자님들께 사과문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언론사에도 사과문을 보냈다. 

그는 사과문에 "(사업에) 실패하고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한 가난한 스타트업"이라며 "돈이 없어 효과적인 홍보가 필요했고 노이즈 마케팅과 공포를 접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의 멍청함으로 더 큰 파장을 멈추게 해준 많은 네티즌 분들께 감사하다"며 "영상으로 많은 분에게 분노와 불쾌함을 드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법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잇따른 사과에도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다른 평범한 이슈들을 풍자한 것도 아니고 범죄의 일종인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피해를 보았던 피해자와 대중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려 했다는 점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라는 공간은 대한민국 국민 남녀노소 누구나가 볼 수 있는 영상미디어 공간이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영상을 접할 수 있는 글로벌 매개체인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를 모방해 자신의 회사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들이 보는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은 국격을 심각하게 떨어뜨린 너무나도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이었다. 

자칫 모방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행위를 자극적인 요소로 이목을 끌기 위해 유튜브라는 글로벌 공간에 업로드 하고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공포심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 행위들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고 있는지 단면을 보여주는 예가 됐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아직 재판 중이며 이 일을 겪은 피해자는 범죄 트라우마로 평생을 괴로워할 수 있다. 또한, 주거침입 성범죄는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강력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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