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64편. 바투미로의 잊지 못할 기차 여행
(연재)험블리의 세계여행 64편. 바투미로의 잊지 못할 기차 여행
  • 허정연
  • 승인 2018.04.2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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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64편, 험블리 세계 여행 - 바투미로의 잊지 못할 기차 여행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르메니아 여행을 마무리하고 바투미로 고고!!

아르메니아의 여행을 마무리 한 우리는 다음 여행지로 넘어가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예레반으로 돌아갔다. 예레반은 여전히 너무도 뜨거웠고 땀도 많이 흘려서 인지 입맛이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던 우리는 터키와 우크라이나 중에서 고민했고 어디를 가든 조지아를 거쳐야 했기에 바투미 행을 택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던 고리스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예레반으로 갈 채비를 했다. 오전에 예레반으로 가는 버스가 있지만 그냥 합승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 주었다. 우리가 차에 올라타서 출발할 때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는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또다시 감격한다.

나와서 배웅해 주는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또다시 감격

이번 합승 택시는 고리스에서 예레반으로 가는 부부와 아이 한 명이 탄 차에 합승해 가게 되었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달궈진 차 내부 속에 숨이 턱턱 막히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만 열고 달린다. 밖에서 불어 들어 오는 바람 마저 뜨거워 힘겹지만 에어컨을 켜 달라는 요청을 하기엔 어차피 제대로 작동 하지도 않을 것 같아 그냥 참아 보기로 했다. 아이도 징징대지 않고 얌전히 앉아 가는데 다 큰 어른이 징징 대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레반 중앙역

이렇게 더위에 맞서 가며 무사히 예레반에 도착했다. 예레반 중앙역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우리 뒤편에서 속닥거리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혹시 한국 사람이세요?"라며 우리에게 다가와 물어보았다. 아르메니아 소녀들의 갑작스러운 한국어 인사말에 화들짝 놀란 우리는 "예~한국 사람이에요." 라고 대답해 주자 꺄르륵 거리며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신나 하는 표정이었다. 알고 보니 한국 아이돌의 팬으로 한국 노래와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소녀들이다.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며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소녀들... 그 사이에 선 엄봉이는 수줍어하는 소년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한류 열풍이 우리가 잘 알지도 못했던 아르메니아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우리는 아이돌과 한류 열풍 덕분에 이곳 청소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아르메니아 소녀들과 수줍게 서있는 엄봉이...^^

이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눈 후 역 안으로 들어와 티켓을 구매하고 잠시 더위를 식혔다. 기차는 오후 3시 30분 출발. 뜨거운 햇살은 피해도 더운 열기를 피하긴 어렵구나... 빨리 기차 출발 시간이 와서 이 더운 공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야속한 시간은 더디게만 간다.

역 안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잠시 더위를 식히는 중

드디어 바투미로 향하는 기차가 도착했다. 기차에는 에어컨이라도 틀어 놓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얼른 올라탔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가 타고 다녔던 기차와는 달리 아르메니아 기차는 실내 온도를 조절하지 않는 것 같았다. 기차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오히려 바깥이 나을 정도로 온실인 것이다. 가져온 물은 이미 이곳 온도에 맞춰져 미지근하고 이 물로 갈증 해소도 되지 않아 엄봉이와 나는 녹초가 되어갔다.

바투미로 향하는 기차

기차가 출발해도 에어컨은 켜지지 않아 축 늘어져 있는 우리에게 옆 칸에 있는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오며 잔 하나를 건넸다. 예레반에서 가져온 알코올 도수 60도의 보드카라며 나와 엄봉이에게 권했다. 무더위에 땀도 많이 흘린 데다 독한 술에 몸이 부르르 떨리며 취기가 확 오름을 느끼자 아저씨들은 해바라기 씨앗과 수박도 먹으라며 계속 권한다. 아저씨들은 엄봉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본인들 옆자리를 내어 주며 이야기꽃을 펼쳤고 더위에 지쳐 더 이상 못 마실 것 같아 나는 수박과 씨앗만 함께 먹으며 그 자리를 함께 했다. '엄봉이 보드카 이제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슬슬 걱정이 시작되었다. 사실 기차 안에서 음주는 못 하게 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조용히 한두 잔씩 마시기도 한다. 역무원이 보드카를 가져온 아저씨들에게 주의의 말을 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무원을 다독여 가며 조금만 마시겠다는 제스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역무원이 가면 또다시 우리에게 한 잔, 두 잔 건네며 함께 하길 권했다.

해바라기씨앗과 같이 보드카 먹은 엄봉이...^^

이 아저씨들은 두 가족이 여름휴가로 조지아의 작은 해안 마을로 가는 길이라 한다. 아저씨의 부인, 아이들, 어르신까지 한 1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대가족이다. 아주머니는 수박을 더 많이 내어 오며 우리에게도 건네 주었지만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 엄봉이는 몇 조각만 입에 대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덥지만 즐거운 공간이 형성 됨과 동시에 취기를 가져다 주었다. 함께 모여 찍은 사진은 흔들릴 대로 흔들려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아저씨의 부인, 아이들, 어르신까지 한 1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대가족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일이 터졌다.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던 엄봉이의 혀가 꼬이기 시작하며 만취 상태에 돌입... 취하면 잠이 드는 엄봉이는 빈 속에 더위에 지쳐 있던 몸 상태로 독한 술은 마신 터라 기절하듯 침대에 몸을 눕히자 마자 쓰러져 버렸다. 하아... 이제 곧 국경인데... 정신 차려야 하는데... 주위 사람들도 걱정이 되었는지 지나 다니며 엄봉이 맥도 짚어 보며 괜찮다고 나를 안심 시켰다. 역무원도 난감해 하며 출입국 사무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다행히도 이 역무원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국경을 지날 수 있었다. 술을 권했던 아저씨들은 난감하고 미안해하면서 우리를 걱정해 주었다. 뭐... 더운 기차 안에서 수분 섭취 없이 술만 받아 먹은 우리 잘못도 있으니...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오전 7시 30분쯤 되어서 조지아의 해안 도시인 바투미에 도착했다. 바투미 역에 도착 했을 때쯤 민망해 하며 정신이 든 우리 남편…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이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여전히 아찔하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지나왔지만 조금 더 몸을 생각하며 안전한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엄봉이의 기차 만취 사건으로 우리의 아르메니아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멋진 흑해의 도시 바투미에서 지친 몸을 쉬어 가며 다음 여행지를 구상해 보기로 한다.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4월 26일 65편 연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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